자유게시판

11-12-06 00:00

첫 가정예배

손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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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가정예배>



 방화범이 될 뻔 한 남편. 정확히 말하면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이 하나님을 알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셋만 모이면 예배드려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기까지 고난은 내 몫이었다. 가정예배는 요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생활하던 딸아이가 내려왔다. 술안주로 시킨 튀김 닭이 오기도 전, 막걸리 잔을 채우던 남편이 ‘셋 이상 모였으니 기도해’ 한다. 아직 예배란 말에 익숙하지 않는 남편의 ‘기도.’란 예배를 의미한다.

 멀찍이 앉아 계시던 노모가 놀란 표정으로 다가 앉으시고, 제 할 의무만 하듯 주일만을 지키는 딸아이는 멀뚱히 앉아 상황을 살핀다. 멍석은 깔렸고 나는 거룩한 제사장이 되어 예배를 인도한다. 글을 모르는 노모와는 달리 남편의 사도신경은 짐작 하지 못한 뇌관이었다.

 높낮이가 다른 어투와 밀었다 당겼다 하는 화법은, 표현 할 수 없는 곡조가 되어 참을 수 없는 웃음이 난다. 몇 번을 멈춰가며 안간힘을 쓰고야 신앙고백이 끝났다. 딸에게 도움을 바라며 찬송을 불렸다. 남편도 나도 열심히 불렸지만 딸아이와 노모는 찬양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첫 찬송10장이 끝나자 폭죽 터지 듯 딸아이가 웃음을 쏟아낸다. ‘음정 박자 무시한 아빠는 제쳐두고, 엄마는 그 실력으로 어떻게 찬양 인도를 하는지 놀랍다’며 디 집어 졌다. 사실이 그렇다. 나는 음악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다만 들은 리듬을 기억해 따라 부를 뿐이다.

 주님을 만나기 전 일이다. 부부 동반하여 열 두 명이 1박을 하며 염소 한 마리 잡던 날, 두 패로 나눠 고스톱을 치는데 남편의 선배와 나는 흥미가 없었다. 심심하던 나는 노래를 잘 부르는 선배에게 ‘영영’이란 노래를 배우게 되었다.

 음치에 박치 인 나는 밤이 깊도록 첫 소절에서 더 나가지 못한다. 술이 취한 선배는 야박하게도 완벽을 요구했고, 나도 점점 더 헷갈리며 주눅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고스톱을 치던 이들은 의도하지 않게 그 노래를 다 배우게 되었다며 놀러 되곤 했다.

  그렇게 새벽을 맞던 중 주인아줌마가 문을 벌컥 열어 재끼며 ‘끝까지 하지도 못 하는 노래 내 속이 다 천불난다. 고마 갈치소.’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날 후 창문을 닫고 열심히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일이 생겼고, 혼자서 하는 춤과 찬양이 소문 날 쯤 리듬도 타게 되는 기적이 찾아왔다.

  그런 실력으로 드린 가정예배의 절정은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내 기도였다. 짧되 정직하게 하려던 기도가 오뉴월 엿가락처럼 늘어졌다. 남편이 열심을 내어 기도의 꼬리마다 새벽닭 울듯 ‘아-아ㅡㅡㅡㅡ멘‘을 날리며 기도 말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내가 하나님이다’ 던 남편이 가정예배를 드리기까지, 살아계시며 우리의 삶을 주관 하신다는 부인하지 못 할 많은 증거를 보여주셨다. 그 증거 중에 하나가 상상해 본적일 없는 찬양 인도다.

  주일 예배 한 시간 외엔 용납하지 않던 남편. 어쩌다 내가 수요예배에 참석하는 날은 술자리도 마다하고, 교회 앞에 와서 나 올 때까지 온갖 못된 말로 전화하던 사람이다. 그런 남편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은 준비도 없이 무작정 돈 벌겠다며 호주로 간아들 때문이다.

  하나님은 아들이 오기까지 수요예배는 참석하겠다고 선포하게 하시고, 성령께서는수요찬양으로 인도하셨다. 하지만 찬양연습을 위해 1시간 일찍 가야하는 상황을 남편에게 말 하지 못 한 채 수요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확하신 하나님은 네팔의 김정근선교사님과  담임목사님을 보내셔서, 수요예배를 참석 할 수 있는 증인으로 세우셨다. 한 번에 해결 하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남편에게는 천지가 개벽 할 일이었다.

  딸아이가 가기 전 커다란 쥬스 두통을 사놓고 갔다. 쥬스 한 잔을 따르다 말고 가슴이 먹먹해 온다. 비가 새는 월세방을 전전 할 때 손님이 사 온 것들을 생필품과 바꾸기 위해 가게에 들르곤 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요구르트 하나도 맘껏 사 먹이지 못하는데, 유리병에 든 델몬트쥬스를 사는 사람들이 많이 부러웠다.

  지금은 힘든 누군가를 위해 마음 한 자락 내 놓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딸에게도 고맙다는 문자를 보낸다. 잘 따라 부르던 찬양도 혼자하면 엉뚱한 곡이 되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가정예배를 드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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