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0-03-13 00:00

잠시 시간을 내어

손길자
댓글 0

네팔에 위치한 히말라야 산맥의 안나프르나 베이스캠프(A,B,C.)4130 미터를 5박6일 일정으로 잡은 것은 미친 짓이었다. 뒷산 발치에 앉아 13년을 살면서도 등산로를 따라 올라 가 본 것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으니 말이다. 딸아이와 40여일 일정으로 남미(파라과이에 사촌동생이 선교사로 가 있어서)를 돌아 볼 계획이었던 것이 갑자기 네팔가족트레킹으로 바뀌게 된 데는 다분히 하나님의 계획이셨다. 

 

지난여름 파지를 무겁게 싣고 오르막을 오르다가 “나, 이러다 희말라야도 오를 것 같다”는  발칙한 생각이 들었다. 욕심을 부려 책을 많이 실은 탓에 평소 잘 흘리지 않은 땀을 덜 잠근 수도꼭지 마냥 흘리는데 주님의 싸인이 왔다. “너는 말로만 히말라야, 히말라야 하면서 숨쉬기 운동 밖에 안 하니 내가 훈련시키는 게다.” 주님께 답하기 위해 실성한 여자처럼 웃었다. 그 일이 있고부터 꿈으로만 생각하던 네팔을 2년 후에 가리라. 돈 천 만원을 목표로 열심히 고물들을 물어 날랐다. 아무리 고물 값이 오른들 2년에 천 만 원이란 돈은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개미처럼 일해도 한 달 십 만 원 하기 바쁜 파지로 그 큰 돈을 만든 다는 것은 순전히 하나님만 믿고 세운 배짱이었다. 

 

내 마음으로 정한 일이나 인도는 하나님이 하신다는 말씀을 입증하는 일이 생겼다. 동네에 딱 하나 있는 대형 책 대여점에서 한 트럭의 헌책이 인도 되었고 앞으로도 큰 고객이 되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이다. 낮엔 장애인들 가정에 가서 광이 나게 걸레질과 청소를 하고, 밤에 그 많은 책들을 나르느라 골병이 드는데도 행복하기만 하니 이것도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손은 일꾼이 된지 오래고 팔목도 많이 쓰다보니 화장실 뒤처리도 하기 힘들게 되자, 어느 새벽 성경을 보는데 세분이 빛 가운데 오셔서 아픈 부위를 칼로 째고 “이제 됐다” 말씀 하셨다. 처음 겪는 일이라 바울처럼 빛으로 인해 잠시 멀어버린 시력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데 팔을 고쳤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주님은 날 고쳐가며 사용하신다. 이런 글은 쓰고 싶지 않았으나 식지 않는 내 열정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2년 후를 계획했던 나에게 갑작스레 주님의 보너스가 주어진 셈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트레킹, 그것도 마이너스 대출을 해서 가는데 동의하는 남편의 변심(불신자임)에 네팔에서 인도하실 주님의 계획이 점점 기대가 되었다. 김 선교사님과 3월 6일 네팔공황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2월 19일 출국을 했다. 기내에서 갓 믿음이 생긴 딸아이가 장애인 교육에 쓰도록 헌금을 했다는 내 말에 자기 의견을 말했다.  “ 복음으로 네팔을 변화하려면 가난하지만 똑똑한 비장애인에게 투자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때는 별 생각 없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 

 

5박6일 일정이다 보니 A,B,C까지 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안나프르나 보호구역으로 코스를 잡았다. 엄청난 계단이 저승사자처럼 버티고 있는 그 길을 디스크환자인 남편과 도무지 운동하고는 담쌓은 딸이 하루 8시간 이상의 강행군에 촘롱에서 파선을 하겠다는 경고가 떴다. 딸아이의 무릎연골이 나가게 생겼다는 것이다. 남편은 한 술 더 떠 고산증이 오는 고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다 끌고 왔다는 불안감에 호흡이 곤란하다며 헬기를 운운했다. 내려가든 올라가든 함께 움직이자는 남편보다 갈 사람은 가야 한다는 딸아이의 강권에 결국 제대한지 4개월 남짓한 아들과 똘똘이 끌고 파지를 줍던 내 체력만이 A,B,C를 향해 부득불 가족이 이별을 해야 했다. 정확히 이틀 반 만에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 도착 할 즘엔 쉰을 넘긴 내 체력도 한계가 왔다. 

 

떠나오기 전 파지를 판다고 중노동을 하고 연일 9시간의 산행을 했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밤 기온은 내려가고 무겁게 가져 온 물 티슈는 쓸모가 없었다. 가방을 뒤져 티슈를 찾아 낼 기력이 없었던 것이다. 갈아입겠다고 가져 온 여러 벌의 속옷은 초보자임을 증명했고, 로버트 헤릭이 안나프르나를 설명한 “흐르는 별이 그대를 돌보고 작은 눈망울이 불꽃처럼 빛나는 꼬마요정들로 그대의 친구가 되어주리...” 라는 달콤함을 구경 할 엄두도 못 내고, 마술 빗자루를 타다 처박힌 마녀의 꼴을 한 내게 아들의 한마디 “참, 노인네가 왜 따라 와 가지고..” 하는 멘트는 사형선고였다. 

 

결국 담날 새벽 손전등을 들고 고지를 향해 가는 젊은 것들을 추운 침대에 뭉개고 누워 보내야 하는 아쉬움은, 2시간이면 가는 거리에 헤세가 말하는  "신의 황금빛 자취"안나프르나를 코앞에서 놓치는 억울함 말 할 필요가 없다. ‘15년 전만 해도 설악산을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3시간에 주파하던 때가 있었다고 혼자 중얼거려 보나 세월은 에누리가 없는 법. 결과적으로 아들은 4박5일 기록을 세우며 4130고지를 다녀왔고, 나는 인간이 유일하게 미등정한 네팔인 들의 신의 산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서 고배를 마시고, 남편과 딸아이는 대나무가 많은 뱀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덕분에 포카라에서 하루 시내 관광을 했으나 산타기 보다 더 힘든 하루였다. 오늘은 대충 여기까지 하고 다음엔 네팔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어떻게 진행 되었는가를  써 보겠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위로 가기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88 감사드린다는 한마디에!!! 2 인기글 김정근 10.05.04 2675
87 감사드린다는 한마디에!!! 인기글 김정근 10.05.04 2679
86 밀알이 네팔에도 있군요 인기글 심규창 10.04.21 2823
» 잠시 시간을 내어 인기글 손길자 10.03.13 2777
84 걸림돌(신장결석)을 제거하며, 인기글 김정근 10.03.04 3031
83 행복의 조건 인기글 손길자 10.01.11 2810
82 박세준입니다. 메일 좀 주세요 인기글 네팔밀알 10.01.05 2696
81 성탄축하행사사진들 인기글 김정근 10.01.02 2668
80 김천대학-카투만두대학간 교류협정 인기글첨부파일 김정근 10.01.02 2966
게시물 검색